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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조직과 가족 혼동하지 않기

by 쌍둥아빠^^ 2005.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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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네가 그곳에 가야만 할 때 너를 맞아 주는 곳이다."
- 로버트 프로스트 -

프로스트의 말처럼 집은 탕자의 귀환이 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조직은 그렇지 않다.
탕자의 귀환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내가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할 때조차도 나를 밀어내는 곳'이 조직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그 두 곳을 혼동한다.
그러면서 가족 같은 직장을 강조한다.
리더들 중에도 그런 착각 내지는 함정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중소기업 사장 역시 사원들이 가족 같은 친밀함으로 결속하기를 바랐다. 대기업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생산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신이 아버지처럼 버티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실제로 아들처럼 자신에게 순종적인 사원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 주었다.
정신과적 용어로 말하자면, 서로 일종의 역할 전이상태(transference)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었다.

가족과 기업은 처음부터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부모의 일차적인 목표는 자식을 잘 돌보고 양육하는 데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일차적인 목표는 생산성을 높여 더욱 많은 이익을 내는 데 있다. 경영자와 사원들이 아무리 부모 자식처럼 서로를 돌보고 지지한다 해도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하지만 그는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회사가 침체에 빠졌을 때도 아버지 역할을
포기하지 못했다. 회사 경영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반기를 든 몇몇 사원에게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거역하는 자식은 필요 없었던 것이다.

그는 하루빨리 전이상태에서 빠져 나올 필요가 있었다.
정신과에서는 모든 전이를 일종의 역할 혼동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 역할들을 바로잡아야 했다.
다행히 그는 아버지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사원들 사이에서 좀 더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회사는 생산성이 올라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가족과 조직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가족은 조직 중에서도 가장 비합리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거는 기대치가 비현실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우린 가족이 아닌 남에게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는다.
그런데 가족에게는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
기대치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그 실망이 분노와 피해 의식으로 변해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이 가족 관계다.

즉 가족이란, 구성원 사이에 가장 비합리적인 기대치를 거는 관계이다
그 기대치를 해결하는 방법도 가장 비합리적인 관계다.
그런 비합리적인 기대치와 해결 방법을 조직에도 적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따라서 리더는 조직과 가정의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또 하나, 가족의 목표는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 하면서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아무리 기대치가 크고 그것이 채워지지 않는 것 때문에 분노하고 상처 입어도 결국 우린 가족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가족이니까 서로 다독이면서 계속 기회를 주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게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즉 내가 원하는 만큼 목표가 달성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충분히 사랑하는 관계인 것이다.

반면에 조직은 그 조직이 잘되기 위해 서로의 역할과 기능과 파워가 명확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의 책제목처럼, 조직은 소유의 관계(to have)이고,
가족은 존재의 관계(to be)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혼동하기에
가족은 가족대로, 조직은 조직대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조직과 가족이 구성원들의 잠재력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조직은 생산성과 수익 향상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고,
가족은 사랑과 이해와 수용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목표달성을 못하는 구성원이 있을 때 조직은 그들을 해고할 수 있다.
반면에 가족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상처 입는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그 상처를 조직에 투사하고 전이하는 일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상사와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100퍼센트 아버지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 동료와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은 형제들 사이에서
병적인 경쟁심을 갖고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은 가족과 달라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조직원들이 가족과의 문제를 조직에 전이하는 것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다. 또한 리더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원들이 조직과 가족의 개념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 방법은 먼저 주고받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즉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바를 분명하게 이해시키고,
그 기대치보다 더 나은 업적을 이룰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도 명확한 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가족 같은 조직 운운하며 역할도 경계도 두루뭉술한 조직치고
제대로 굴러가는 곳은 없다. 리더는 바로 그 점을 직시해야 한다.


<출처: 당신 자신이 되라 / 램던하우스 중앙 글 : 양창순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