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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축구강국만을 위한 월드컵인가?

by 쌍둥아빠^^ 2006.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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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전세계 국가들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화합을 도모하는 축제의 장인가. 아니면 축구 강국, 혹은 FIFA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변질된 오래인 정치적 게임에 지나지 않는가?

전세계 축구팬들을 6월의 광란속에 매료시켜왔던 독일월드컵이, 최근 대회의 수준과 도덕성과 관련하여 잇단 물의를 불러일으키며, 지구촌 최대의 축구축제로서의 명성이 빛바랠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변없는 월드컵, 저득점에 '지키는 축구' 일색으로 흥미반감

이번 월드컵은 그야말로 이변없는 대회로 불릴 정도로, 강팀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각 조별예선에서 톱시드 국가들이 한 팀도 빠짐없이 16강에 진출했고, 토너먼트에 들어서도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유력한 우승후보들이 승승장구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아시아-아프리카-북중미 같은 신흥 강호들은 지난 2002년과 달리, 대부분 조기 탈락의 아픔을 겪으며,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물론 세계축구간의 명백한 수준 차이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심판들의 석연치못한 판정과 오심이 암암리에 승부에 영향을 미치며 월드컵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화끈한 골맛을 보기 어려워진 것도 아쉬움을 준다. 조별예선까지만 해도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같은 팀들이 화끈한 공격축구로 다득점 게임을 펼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팀간 지루한 수비축구 양상이 점점 두드러진 것이 월드컵의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연장전까지 포함하여 겨우 3골이 나온 아르헨티나 -멕시코 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경기당 1골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각 팀들의 골결정력 부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탈리아-호주전처럼 비록 골이 나지 않아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있는 반면, 선취 득점을 올리고 나자 너나할 것이 없이 '지키는 축구'로 일관하는 유럽 강팀들의 추세는, 강호들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지루한 경기로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독일의 계속된 이상기후와 폭염에 시달리며 선수들의 체력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도 저득점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판정 의혹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문제는 역시 심판 판정과 관련된 논란이다. 조별예선에서부터 거의 매 경기, 특정 국가나 강팀들을 중심으로 잇단 오심과 편파판정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월드컵은 그야말로 세계최고 수준의 축구대회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서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무대라면, 경기를 원활하게 조율할수 있는 책임을 짊어진 심판 역시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보여주고 있는 심판들의 모습은, 단순히 한 두 차례의 오심 여부를 떠나 경기 운영 면에서 낙제점을 받을 정도로 엉성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이제 겨우 반환점을 접어들고 있는 독일월드컵에서 나타난 퇴장과 경고 수는 벌써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상회하고 있다. 단순히 선수들의 플레이가 거칠어졌다고 평가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심판들이 경기를 원활하게 조율하기는커녕, 오히려 석연치않은 판정으로 경기의 흐름을 망치거나, 오히려 승부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각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축구가 아니라 '카드의 전쟁'이 벌어졌던 지난 포르투갈-네덜란드의 16강전은 심판의 미숙한 경기운영이 얼마나 큰 화를 부를수 있는지 여지없이 보여준 한 판이었다. 토너먼트 최고의 빅 매치로 기대를 모았던 이날 경기는, 심판의 석연치 않는 판정과 서투른 카드 남발이 오히려 선수들의 신경을 더욱 자극했고, 결국 축구라기보다는 격투기에 가까운 진흙탕 난타전으로 이어져야했다.

FIFA의 오만과 독선, 과연 어디까지 이어지나

토너먼트에 접어들어서도 판정 시비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특정 국가를 넘어서 판정 자체가 '축구 강국'이나 FIFA의 실세를 쥐고 있는 유럽 국가들 위주로 편향적인 판정이 넘쳐나고 있다는 의혹까지 생겨나고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북중미 등, 유럽과 남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축구 변방으로 불리우는 국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저마다 편파 판정 논란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한국도 그 중심에 있었다. 지난 스위스와의 조별예선 최종경기에서 벌어진 '오프사이드 골' 논쟁으로 여론이 들끓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두 번째 실점 자체보다 경기내내 계속된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이었다.

호주나 미국, 코트디부아르 등은 조별예선에서 강호인 브라질,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과 잇달아 경기를 치를때마다 심판의 '휘슬 노이로제'에 시달렸다. 정당한 어깨싸움에도 불구하고 작은 신체접촉에도 예민하게 휘슬을 남발하는 심판에 의하여 이 팀들은 경기종료까지 대부분 상대들보다 두 배 이상많은 파울수를 기록했다. 플레이가 위축된 선수들은 강팀을 상대로 선전하고도 정상적인 경기내용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호주와 이탈리아의 16강전 운명을 좌우한 종료 직전 페널티킥은 리플레이된 비디오 화면으로 다시 보아도 분명한 오심이었다. 호주의 수비수 루카스 닐은 당시 이미 수비 동작을 마치고 넘어져 있던 상황이었고, 주심이 정상적인 판단이라면 오히려 이탈리아의 공격수 그로소의 할리우드 액션에 대해서 옐로 카드나 퇴장까지도 줄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명백한 오심 사례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려진 판정을 번복할수 없다는 것이다. 잇단 판정 의혹으로 대회의 권위자체가 실추 되고 있는 악영향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작 책임을 짊어진 FIFA에서는 시종일관 미온적이거나 오만한 행태로 일관하고 있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축구가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화되면서, 오히려 스포츠 자체로서의 순수성을 잃고 지나치게 정치화, 내셔널리즘화 되었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고 있다. 축구 강국들간의 헤게모니와 FIFA내부의 상업주의, 이권다툼으로 인하여 지구촌의 축제가 되어야할 월드컵이 점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가고있지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펌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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